끝내준다! 전형적인 용두사미식 서술의 백미! 어떤 의미로는 꼭 읽어야 할 만한 책이다. 괴작을 원한다면 읽어도 후회는 없다. 뒤통수를 제대로 후드려 맞고 싶다면 보라. 취미가 고약하다면 소장해도 좋다. 난 취미가 맛이 갔어 ㅋㅋㅋ
열린책들을 믿었고 ㅠㅠ 장평과 페이지수를 보고 완전 감동해서 샀는데, 다 읽고 생각해보니 한권으로 묶지 않고 라노베로 권수 늘려서 냈으면 그냥 망하겠다 싶어서 한권으로 낸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무리가 한심하다. 하지만 난 이 책을 팔지 않아. 희대의 괴작으로 소장할 것이다 음하하..-_-
탄소경제와 거기 대응하는 사람들을 내세운 시작은 내맘대로 별 네개. 하지만 점점 작붕..이 아니라 스토리가 붕괴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중간 부분이고, 나중에는 일본판 인디펜던스 데이보다 더 맛이 갔다 싶을 정도의 막장이 되어버렸다. 영화라면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 트랜스젠더에게 힘이 솟게 하는 마법의 주문 부분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좀전까지 탄소탄소 운운하던 책이 맞나 도중에 표지를 확인했을 정도. 하지만 그 전까지라면 추천한다. 정말 잘 나가다가 완전 막장행 스카이웨이를 타버려서 더 화가 난다고 이런건! 처음에 읽었을땐 말그대로 빡!치더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초반에 기대를 부풀려놨다가 맥없이 꺼뜨려서 그런것 같고, 뒤를 다 알고 다시 읽어보면 이거 나름대로 꽤 웃기다......... 이런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 정줄놓고보면 볼만하니까 초반부랑 합쳐서 별 두개.. 뒷부분만 보면 별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썼는지 모르겠지만, 중간 이후 부분은 버리고 새로 쓰면 더 낫겠다. 번역자 후기에서 번역자의 고뇌가 느껴졌다. ㅠㅠ 맘에 드는 종이질 두께 장평에 여백도 별로 없는게 완전 꽂혀서 샀지만.. 딱 맘에 드는 외형에 알맹이가 이럴 줄이야. 모든 물건을 살때 주의해야할 점을 하나 배웠다. 물건 외 다른 것에도 적용 가능한 교훈이라고 굳이 생각하니 책값이 아깝지 않아졌다. 굳이 에 방점 찍고.
도덕과 윤리에 대한 구분이 인상깊었다. 도덕은 개인의 생존을 위한 사회의 규범이고 윤리는 사회의 생존을 위한 개인의 규범(p323)이라는 차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설명을 쉽고 간단하게 할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는데 왜이렇게 짧게 설명을 잘해. 난 예를 들지 않으면 둘의 차이를 설명하기가 힘들었었다.
덧/ 좀 일찍 읽었더라면 이바친구가 에토스에 대해 물었을 때 이 책을 읽어보렴! 할수 있었겠다 싶었다.
전 그리폰북스중에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 이게 그렇게 가지고 싶어가지고 백방으로 찾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막.. 예전에 대충 읽고 기억에 하나도 안 남는데, 언젠가 뒷표지를 보고 다시 읽고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는데 못 구했어요. 제본할까봐요 ㅠㅠ
구하셨다는 게 부러워요! 책을 손에 넣고 나면 별로 기억에 안 남는 건 아마도 '이제 내꺼니까 언제든 다시 읽어도 돼'마인드 아닐까요? 저 책감상 쓴 책들의 99%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이거든요.. 산 책들 리뷰는 안써져요 ㅠㅠ;;;;;; 굳이 지금 안써도 되지 뭐 막 이러면서 ㅋㅋ
"나는 두 번 태어났다. 처음엔 여자아이로. 유난히도 맑았던 1960년 1월의 어느 날 디트로이트에서, 그리고 사춘기로 접어든 1974년 8월 미시간 주 피터스키 근교의 한 응급실에서 다시 한 번 남자아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읽었다. 인간 종말 리포트 느낌이 났다. 장르라기보다는 본격적인 문학이라서 할 말도 많고 깊지만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이 책을 읽기 전에 지금 아마 15권까지인가 나와있을 I.S (인터섹슈얼) 라는 만화책 먼저 읽는 쪽이 좋을것 같다.
한 인간의 조부모대로부터 자기 자신에 이르기까지의 가족 자서전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화자는 IS인 본인이니까 간간이 첨언하는 걸로 독자가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을 짚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 정체성과 근친결혼. 여자아이의 젠더에 남자아이의 섹스라는 차이에서 화자가 느끼는 온갖 것-사회,가족,성,젠더,사춘기 등등-들이 얼마나 낯설고 괴로웠을지 상상해보면 그야말로 패닉. 사실 나도 IS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나조차도 혼란에 같이 빠져버려서 이걸 사춘기에 읽었다면 나도 어떻게됐을지 모르겠다.
비단 IS에 대한 문제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조부모와 부모와 본인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갈등기라는 배경이 확실한 색깔을 가지니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 대략 영화 홍보문구처럼 요약하자면 그리스-전쟁으로 미국 이주-디트로이트 생활-대를 이어 계속되는 5알파환원효소결핍증후군의 위협 두둥. 같은 느낌으로 수박 겉을 핥을 수는 있겠다. 문학적 가치는 충분. 퓰리쳐상이라고 써있었는데 왜 난 인간종말리포트같을거라는 선입견을 가진걸까 생각해보면 이게 다 뒷표지 때문이다 ㅠㅠ
책 제목인 미들섹스는,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IS 그 자체를 뜻하는 것 같다. 어느 사회에서나 사회가 정한 테두리 밖이나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살기 좋은 - 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한 - 사회는 테두리 자체를 넓히거나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을 위해 다른 테두리를 만드는 데 편견이 없는 그런 사회인 걸까?
시작은 본격적이었다. 뱀파이어-흡혈귀-라는 이제는 너무 식상하게 느껴지는 떡밥을 어디까지 썼나! 싶었다. 고전 드라큘라는 스릴과 서스펜스 덩어리, 영화 반헬싱은 여주인공이 죽어서 기억에 남고, 수키 스택하우스가 나오는 시체들 시리즈(최근나온 달라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이라거나..) 은 로맨스로 풀어놨다. 뱀파이어 연대기는 안 봤으니까 빼자. 얜 대체 어떤 식으로 풀었나 생각했다. 조금 새로운데 재미가 없었다는게 단점.
언어학자이자 첩보활동을 하던 남자는 부인에 대한 협박을 받고, 뱀파이어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아 진행했지만 사건을 저지른 건 바로! (네타니까 생략) 특징적 변형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아서 그냥 그랬다. 미스테리도 별로 못 느꼈다.
읽었던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데 이걸 알라딘에 걸자니 좀 그래서 안걸고 그냥 냅둔다. 책 이미지 걸기는 좋았는데. 리뷰라고 하기에는 너무 치졸하잖아. 근데 느낀게 별로 없다.. 범작이라서.
사실 엄청나게 잘쓴거거나 엄청나게 못쓴거거나 둘중 하나가 아니면 말이 길어질 여지는 별로 없는것 같다. 샹그릴라 가지고 쓰라면 분량이 얼마나 나올지..-_-
덧. 486쪽에 미들섹스가 언급되어서 깜짝 놀랐다. 같이 빌려온 책 제목이자 장소의 이름이라서.
지금 이 시점에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인 책이다. 간만에 전-혀 돈아깝지 않은 책을 만나서 기뻤고, 간만에 책장이 술술 잘넘어간다는걸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앉은자리에서 세번쯤 되풀이해서 계속 읽었던 것 같아. 정말 지금이라서 의미가 있고, 시간이 지난 후 어떤 다른 의미로 읽힐지 기대가 되는 책이다. 그러니까 결국 잘샀다는 거지.
배경의 빈스토크를 보고 프라이데이가 생각났다. 작가 자신이 만든 배경에 대해서 구체적인 설명은 별로 없이, 독자로 하여금 책 속의 이야기를 통해 빈스토크가 어떤 곳인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권력장, 정확하게 세기 힘든 층들, 그 안의 사람들, 구조로 인해서 일어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일상생활, 미세권력연구소의 연구결과와 그 과정이라던가, 모든 국민이 피난을 간다는 게 1층까지 내려가서 국경 너머 주변국의 영토까지 잠시 난민으로 있는 거라던가 하는 단편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빈스토크라는, 타워라는 이 배경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배경에 대한 설명이 좀 됐다 싶으니까 그 안의 인간에 대한 단편으로 넘어갔다. 520층 연구라던가 하는 ..
타클라마칸 사막 배달 사고. 이거 읽다가 난 찔끔 울고 말았어. 휴.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직접 읽어봐야 함. 전체적으로 무척 좋았다. 감동받은 단편이 이거 하나뿐은 아니지만 일단 얜 울었으니까 ;ㅁ; 강력 추천!
우부메의 여름을 읽었을때 느낀 거, 그러니까 "악인으로 결정난 시점에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식의 개념이 계속 나타난다. 결국 맨 처음 느낄 때의 임팩트를 두번째는 따라갈 수 없으니까 내 별점이 이모양인거겠지. 기록된 이야기의 사실 여부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도 다 달라질 텐데, 시간까지 오래 지났다면 어느 게 사실인지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 없는 게 당연한 거잖아.
주신구라 이야기를 소재로 실제로 일어났던 것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보복을 할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설명은 좋았다. 몰랐던 사실에 대한 것을 알게 된 건 좋았는데, 사실 역사 속의 사건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야! 라는 부분에 대한 감상은 그냥 임팩트 없이 식상할 뿐이지..
덧. 그러니까 작품이 이상한게 아니라 나는 그냥 그랬다고 ..
덧. 갑자기 생각난건데, 자식을 점지해주십사 절에 가서 백일기도를 드리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 그건 부처님의 아이인 것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언데드가 인해전술을 쓴다. 라고하면 왠지 와우가 생각나고, 세상이 좀비판이야 라고 하면 28일후/28주후가 생각난다. 게임에서도 판타지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나름 흔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좀비라서 책소개만 보고는 은근히 흔한 느낌인거 아냐 라는 생각을 했지만 전~혀 오판. 식상하다고 느껴지는 소재를 참신하게 보여줬다면 그건 대단한 작가인 거겠지.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날 갑자기. 좀비의 존재가 나타나고 확산되고 세상은 혼란에 빠져 죽고 죽이기를 반복하는 이야기 라고 하면 진짜 진부하잖아. 하지만 좀비의 존재가 나타났을 때 확인한 의사, 퍼지고 있을 때 정보를 각자 통제하던 각국의 수뇌부들, 실제로 바로 주변에서 접하는 입장의 사람들,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 중간에 낀 입장의 사람들, 그로 인해서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사람들 등등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인터뷰해서 그 인터뷰를 묶은 책으로 가장한 소설이다. 그 인터뷰들은, 수많은 사람의 사회적, 개인적 입장을 고려해서 쓴 느낌이라서 이쪽도 조금 공감, 저쪽도 조금 공감하는 사이에 머리속에는 그 인터뷰에서 들어온 정보 하나하나가 점점이 윤곽을 그리기 시작해서 차츰 그 점들이 이루는 세상의 모습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쇠라가 내 머리속에서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을 그리고 있어!+_+ 라는 느낌이랄까. 흐뭇
세계적 공황을 좀비라는 소재로 만들어낸 후, 반응하는 인간이라는 생물에 대한 다양한 리포트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이 책에서 좀비는 중요하지 않은 소재일 뿐 주제는 결국 인간. 엄청 공들여 쓴 티가 난다. 와우! 추천!
셜록 홈즈는 전설이 되었다. 텍스트로 창조된 하나의 캐릭터가 전 세계의 아이돌인 것만 같다. 모두가 알고 전집이 출판되고 이제 전설의 아이돌의 지역화가 시작된다 두둥.
미국의 닥터 하우스는 의사 버전 홈즈, 제인에어 납치사건에서 주인공의 삼촌인 마이클로프트가 홈즈의 형 역할로 책속에 들어갔을때 생각도 나고. 이 책은 셜록 홈즈라는 인간의 국적과 시대성을, 한국과 1930년대 한일합방기의 조선으로 바꾸어 놓았다. 셜록 홈즈는 설홍주 라는 이름으로, 왓슨은 중국인 의사 왕도손이 되었다. 빠심은 마르지 않는 우물이며 그런 이유로 홈즈는 아마도 영원히 살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하나의 영웅설화의 지역화 과정을 우리는 체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홈즈의 오마쥬로 설홍주가 골초라던가, 첫인상만으로 이런저런 신상을 맞춘다던가 하는 부분도 재미있지만 특정 시기라는 배경에 최적하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빛난다. 당시의 사건이나 지명 부분도 신경쓴 티가 많이 난다. 지도가 들어있는 부분도 있고,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홈즈의 오마쥬기 때문에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 스럽게 사건에 관계되지 않은 부분들은 설명되는 부분이 별로 없다. 조리개 활짝 열고 찍은 인물사진들처럼 주인공과 관계자들만 반짝반짝 빛난다. 자연스럽게 시대상을 이해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뭐 주관적인 거니까 이런건. 그리고 사건과 용어 등등의 설명은 미주로 붙어있는데, 각주로 바꿔줬으면 더 좋았을걸 하고 조금 아쉽다. 재미있었다. 뒷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간다. 어렸을 때 나이 스물다섯이 넘은 사람을 보면 우와 나는 저나이때 뭘하고있을까 우와 멋지다 이런 생각 했던 기억이 나는데,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 내 정신연령은 스물몇살의 어느때 이상은 더 자라지 않는다. 몸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의 격차가 조금 난감하기도 하고, 내 나이때 우리엄마는 우리 삼형제가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하면서 새삼 엄마아빠를 존경하게 된다거나 하기도 한다. 지금의 나는 나이랑 상관없는 그냥 나지만 사회 속에서는 구분의 척도로 나이가 사용되니까 어렸을때의 내가 지금의 내 나이를 보듯 사회는 그 나이만큼의 요구되는 경험치와 행동을 요구한다. 그걸 잘 극복하는 게 제대로 된 어른이 되는 포인트인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사건들은 모두 덜 자란 어른이 더 덜 자란 아이에게 벌어지는 폭력에 관한 거다. 어른과 아이는 사회적 구분을 위한 살아온 시간의 차이일 뿐 사실 마음의 나이는 엇비슷. 요구되는 행동의 차이가 어른과 아이를 가른다. 그리고 어른의 행동을 요구받는 사회적 어른이자 마음은 아이인 누군가의 부모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에게 그 괴리를 풀어버린다. 딸에게, 딸의 몸에 위안을 받고자 하는 아버지는 그걸 딸인 유키에게 풀고, 의지할 남자가 끊임없이 필요한 엄마는 아들인 쇼이치로를 방치하고, 사이가 나쁜 아버지와 어머니는 료헤이에게 화풀이를 해버린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병원에서 만나 그 이후의 17년을 살아낸 후 다시 만난 시점에서 셋의 시간이 다시 엉켜 흐른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사회에게 상처받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했고, 사랑하고 사랑받고싶어했지만 해본적이 없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다.
중간중간 공감되는 구절이 너무 많아서 다 표시하지 못하고 읽었다. 그 중 한 구절
"때로 이 세계는 부모라고 해서 반드시 성숙한 어른은 아니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 아이이면서도 부모가 될 수 있으니까.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아이의 모든 것을 맡긴다면, 아이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때도 있거든. 아이를 기르는 일이 경쟁이 아니라는 것을 왜 가르쳐 주지 않는 거야. 나아갈 길도 가르쳐 주지 않고, 미숙한 부모만 책망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아이를 때리는 것과 다를 게 없어."
-중권 p284
세 권이나 되는 분량답게(적당히 마음에 드는 장평이었다) 이런 문제 말고도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군데군데 있다. 이런 견해는 오늘의 우리에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쿡 찍어서 써버리면 너무 서글퍼진다. 황금만능주의라는거. 지금의 쥐 생각도 나고.
"돈이나 직책으로 사람을 따르게 해 봐야 별볼일 없지 않습니까?" "별볼일 있건 없건, 그것 외에는 사람을 따르게 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사람을 거느리는 쪽에서 때로 착각을 하기도 하지요.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에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다고. 어림없는 소립니다. 머리를 숙이면 돈이 되니까 그렇게 할 뿐입니다. 반대로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같은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따를 뿐인 겁니다. 물론 때로는 따르는 사람 쪽에서도 착각을 하지요. 윗사람에게 인정받으면 자신의 인간적인 가치도 높아진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다고 허망함이 해소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어째서죠? 돈이나 지위로 인간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모든 것이 명백하고, 안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요? 이쪽에 돈이나 지위가 있는 한 사람들은 머리를 숙일 테니까요. 자신에 대한 가치도 그 관계 안에서 분명히 찾을 수 있을 테구요" "돈이나 지위가 없어지면?" "그야 모든걸 깨끗이 포기해야겠지요. 명쾌하지 않습니까? 모호한 감정이나 인정 따위가 개입한 관계야말로 언제 배신당할지 모르니까 늘 불안한 겁니다. 가슴에 울분과 한이 맺히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속박하면서 오히려 상대를 따르는 경우도 생기는 겁니다. 어릴적부터 그런 관계 때문에 고통을 겪다가, 결국 돈이 떨어지면 인맥도 끊어진다고 결론짓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렇기에 애써 돈을 벌려고 하는 거지요. 자기에게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돈을 버는 겁니다. 심지어는 다소 악한 짓을 하면서까지.."
중권 p371-372
1999년의 책이다. 일본에서도 이슈가 될만했다 싶다. 십년이 지난 지금도 더하면 더했지 나아질 것 없는 듯한 세상이다. 지금의 나도 99년의 작가와 그 독자에게 공감한다. 이건 너무 우울해. 하지만 신문의 단골기사 내용들 세개만 뽑아도 각각 이만큼의 이야기가 그 안에 있겠지. 점점 더 사회는 부유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있지만, 그게 과연 뭘 위해서 그래야 하는걸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세상에서.
내가 아이를 낳으면 나는 그 애한테 이 책의 아이들이 겪은 일은 겪지 않게 해 줄수 있는 걸까. 책의 중간쯤에 애를 씻긴다고 뜨거운물을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은 아이가 나온다. 아직도 철딱서니 없는 내가 지금 아이를 낳으면 내 짜증에 겨워 애한테 그런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나는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있나. 진짜 이 책 읽으면서 별별 생각을 다해보고 안좋은 상상도 해볼수 있는 만큼 해봤다. 꾸는 꿈은 악몽이고 나는 우울해.
우리 엄마가, 이 책의 아이들이 겪은 일들을 겪게 하지 않고 이나이만큼 나를 키우기 위해서 엄마가 참아야 한 것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다시한번 부모님이 뼈저리게 고맙다. 굉장히 잘 쓴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완전 괴로웠기 때문에 섣불리 추천은 할 수 없다.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지만, 반드시 읽고 생각해봐야만 할 문제들로 가득한 책이지만, 어지간해서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어린 시절 5년동안의 성폭행 이후 오랜 시간 힘들었던 노부인이 유키에게 하는 이야기
"그런 다음, 그의 권유에 따라 병원의 의사 선생에게 다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의사 선생이 나한테, 당신은 생존자입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고도 죽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살아온 사람이라고... 나는 살아남을 생각도, 악착같이 살아 볼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주위 사람들의 눈에는 헤프고, 추잡하고, 약과 술에 절어 아기도 못 낳는 여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생존자라니, 그런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허망하게 목숨을 연장해 온 사람일 뿐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살아 있지 않느냐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지금은 언덕이 되어 주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고... 살아남았기에, 행복해질 가능성도 있고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기회도 찾아올 수 있는 것이라고, 정말 잘 참고 살았다고... 의사도 그 남자와 똑같은 말을 해주었어요. 진찰실에서 나오니까, 그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를 꼭 안아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군요." 중략 "-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었어요. 신문 구독을 권유받으면 제대로 거절조차 못 하는 나의 마음을 알아 주고, 청소 하나, 빨래 하나 제대로 못 해도 화를 내지 않고.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생긴 거예요. 그때서야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드러내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나도 다른 사람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 그런 단순한 깨달음으로 내 인생은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 거예요." "나 말이죠, 아까 말했던 의사 선생의 부탁으로 몇 번이나 고민하는 여자들 앞에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은 당신만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인생이란 것이 그냥 고통스럽기만 하고, 허망하게 끝나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나는 믿어요. 필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워질 수 있는 길이 있을 거예요. 그걸 전하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게 되었어요. " "그렇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려면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어 줘야 해요.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아요..."
하권 p103-106 부분발췌
나이값을 해야겠다. 더 많이 겪고 읽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마음도 자라야겠다. 내 괴로움을 남의 상처로 만들지 말자. 나를 나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한번 생각하자.
덧. 절판된지 오래된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려읽었다. 재판 왜 안되는지 알수 없는 책. 알라딘에 한세트 중고가 권당 만원에 풀린게 있으니 혹시 사실분은 참고합시다'ㅂ'/